일과 영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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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사랑하기 때문에 일합니다

주일 아침, 커피 한 잔이 필요해 가게에 들렀다. 한 곳에서는 주문받는 일 자체가 귀찮아 보였다. 다른 가게에서는 직원이 새로 온 사람에게 커피 내리는 법을 하나하나 알려주고 있었다. 얼음 양까지 확인해 잔을 건네는 손에는 이상할 만큼 자부심이 묻어났다. 값은 비슷했지만 받은 것은 달랐다. 한쪽에서는 커피를 샀고, 다른 쪽에서는 그 사람이 오랫동안 쌓아 온 실력까지 함께 받았다.

나는 강의에서 사업은 돈을 버는 게임이 아니라 가치를 만드는 게임이라고 말했다. 돈은 필요하다. 일한 사람이 정당한 대가를 받는 것은 당연하다. 다만 돈만 바라보면 생각이 자꾸 나에게로 좁아진다. 어떻게 더 받을지만 궁리하게 된다. 가치를 생각하면 질문이 달라진다. 내 일을 거친 사람에게 무엇이 남는가. 사람들이 돈을 내는 까닭은 내가 바빴기 때문이 아니라, 내가 만든 것이 그들에게 필요했기 때문이다.

바울은 노동 이야기를 꺼내기 전에 형제 사랑부터 말한다. 데살로니가 교회는 이미 서로를 사랑하고 있었다. 바울은 그들을 칭찬한 뒤 한 걸음 더 가 보자고 권한다. 조용히 자기 일을 하고, 자기 손으로 일하라는 것이다. 그래야 교회 밖 사람들에게 신뢰를 얻고, 다른 이에게 불필요한 짐을 지우지 않을 수 있다고 했다.

이 순서를 놓치면 노동은 곧잘 자기 증명의 도구가 된다. 나는 누구의 도움도 필요 없다고 보여 주기 위해 일하고, 남보다 더 부지런하다는 사실을 자랑한다. 그러나 강의에서 말하고 싶었던 것은 그런 독립심이 아니었다.

“신세지는 게 싫어서가 아닙니다. 사랑하기 때문에 짐을 지우기 싫어서 일하는 겁니다.”

사람을 사랑하면 그 사람이 내 몫까지 감당하는 일을 당연하게 여기지 않는다. 내가 받는 후원과 도움 뒤에 누군가의 시간과 수고가 있다는 사실을 헤아리게 된다. 그래서 할 수 있는 만큼 내 몫을 감당하고, 여유가 생기면 다른 사람의 몫까지 덜어 주고 싶어진다. 자립을 과시하려는 마음과는 출발점이 다르다. 사랑은 독립을 자랑하지 않고 상대의 수고를 먼저 셈한다.

물론 사람은 누구나 도움을 받아야 할 때가 있다. 아프거나 일자리를 잃었을 때, 가족을 돌보느라 자기 일을 내려놓아야 할 때, 혼자서는 버티기 어려운 때가 온다. 도움받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바울도 복음을 전하는 사람이 공동체의 지원을 받을 권리가 있다고 분명히 말했다. 자비량의 의미는 권리가 없는 데 있지 않다. 받을 수 있지만 사랑 때문에 그 권리를 쓰지 않는 자유에 있다. 그러므로 자비량을 사역자의 등급표로 만들거나, 후원받는 사역자를 낮추어서는 안 된다.

예전에 한 선교 단체에서 내게 이런 제안을 한 적이 있다. 재정만 스스로 해결할 수 있다면 리더십도 맡기고 사역의 기회도 주겠다는 말이었다. 그때 자비량 사역의 가능성과 무게를 함께 느꼈다. 사역에 지장이 없을 만큼 잘 섬기면서 생활을 책임질 일도 해내려면 보통의 열심으로는 어렵다. 나 역시 그 목표를 향해 가는 중이지, 이미 이루었다고 말할 수 없다. 어떤 사람에게는 이런 길이 부르심이 되겠지만 모든 사람에게 같은 방식이 요구되는 것은 아니다.

이 길을 오래 가려면 열심만으로는 부족하다. 자기만의 전문성을 길러야 한다. 모든 정직한 노동은 귀하다. 다만 앞으로 일을 선택하고 준비할 수 있다면, 해가 갈수록 경험이 쌓이고 더 나은 가치를 만들 수 있는 일을 찾는 것이 좋다. 강의에서 커피 이야기를 오래 한 까닭도 거기에 있다. 한 잔을 거듭 만들면서 맛을 배우고, 손님을 이해하고, 다른 사람을 가르칠 수 있는 사람이 된다면 오늘의 한 시간과 십 년 뒤의 한 시간은 같지 않다.

전문성은 남보다 높아 보이기 위한 명함이 아니다. 같은 시간에도 더 좋은 것을 건네고, 더 어려운 문제를 풀고, 다른 사람을 가르칠 수 있게 하는 힘이다. 실력이 쌓이면 내 생계를 책임질 가능성도 커지고, 누군가를 도울 여백도 넓어진다. 일터는 섬김과 실력이 만나는 자리다. 마음은 따뜻한데 맡은 일을 자꾸 다른 사람에게 떠넘긴다면 그 선의는 오래가기 어렵다. 반대로 실력은 뛰어나지만 사람을 이용한다면 그 일은 사랑과 멀어진다.

교회 밖 사람들은 우리의 설교보다 먼저 우리가 맡은 일을 어떻게 처리하는지 본다. 약속을 지키는지, 돈 앞에서 정직한지, 문제가 생겼을 때 책임을 피하지 않는지 살핀다. 바울이 말한 ‘외인에게 존경을 받는 삶’은 종교적인 인상을 연출하는 일이 아니다. 일터에서 믿을 만한 사람이 되는 것이다. 신앙 때문에 일을 대충하는 것이 아니라, 신앙 때문에 더욱 성실하게 책임지는 사람에게 세상은 귀를 연다.

그렇다고 몸이 부서질 때까지 일하는 것을 충성이라고 부를 수는 없다. 일과 사역을 함께 잘해 보겠다는 목표는 귀하지만 난도가 높다. 사랑은 다른 사람의 수고만 헤아리는 것이 아니라, 함께 일하는 사람과 나 자신의 한계도 정직하게 본다. 정당한 보상과 휴식, 필요한 때 도움을 받는 일은 믿음의 반대가 아니다. 사람을 세우려던 일이 사람을 소모시키기 시작한다면 멈추어 살펴야 한다.

그래서 이 말씀으로 다른 사람을 평가할 필요가 없다. 누군가는 후원을 받아 사역하고, 누군가는 직업과 사역을 함께 감당하며, 누군가는 지금 도움을 받으면서 다시 일어서는 중이다. “저 사람은 왜 저만큼밖에 하지 않습니까?”라고 물을 때가 아니다. 나나 잘하자. 그리고 나는 더 잘하자.

오늘 내가 하는 일은 누구의 하루를 덜 힘들게 하고 있는가. 내 실력은 해가 갈수록 누군가에게 더 좋은 것을 건넬 수 있게 자라고 있는가. 내가 가진 권리 가운데 사랑 때문에 기꺼이 내려놓을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일과 영성은 교회 문을 나서는 순간 갈라지지 않는다. 오늘 내 손에 맡겨진 일을 잘하고, 그 일로 한 사람의 짐을 덜어 주는 것. 사랑하기 때문에, 오늘도 내 일을 조금 더 잘하고 싶다.

강의 요약

1. 그리스도인이 일하는 가장 깊은 동기는 사랑입니다

2. 자립은 자기 과시가 아니며, 도움받는 일도 부끄러움이 아닙니다

3. 자비량의 의미는 정당한 권리를 사랑으로 내려놓는 데 있습니다

4. 일과 사역을 함께 감당하는 길은 큰 수고가 필요한 선택입니다

5. 전문성은 시간이 갈수록 더 큰 가치를 건네게 합니다

6. 사업과 일은 돈보다 먼저 가치를 묻는 일입니다

7. 일터의 실력과 정직은 교회 밖 사람들에게 신뢰를 줍니다

8. 일과 영성을 말하면서 사람을 소모시켜서는 안 됩니다

9. 비교보다 자기 점검이 먼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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