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시오 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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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제가 떠난 뒤에도 사람이 남습니까

A국에서 사역할 때 답답하면 제가 했습니다. 제가 하는 게 빨랐고, 당장의 효과도 좋았습니다. 준비도 제가 하고 진행도 제가 하면 결과가 눈에 보였습니다. 그때는 그게 열심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문제는 제가 떠난 뒤였습니다. 그 일은 현지의 청년들이 계속해야 했고, 그때부터 제가 얼마나 많이 했는지는 별로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그들이 얼마나 자랐는지가 남았습니다.

저는 원래 일을 벌이고 키우는 것을 좋아합니다. 가능성이 보이면 속도를 붙이고 싶고, 누군가 주춤하면 제가 한 손 더 보태서라도 앞으로 가고 싶습니다. 이런 성향이 추진력이 될 때도 있습니다. 그러나 자칫하면 주변 사람을 구경꾼으로 만듭니다. 제가 있는 동안에는 잘 돌아가는데 제가 빠지면 멈추는 일이라면, 그것을 좋은 리더십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더 불편한 질문도 생깁니다. 정말 하나님의 일이었을까요, 아니면 하나님을 위해 일하는 제 모습이 좋았던 것일까.

미시오데이라는 말은 처음 들으면 어렵습니다. 신학교 교재 냄새가 좀 납니다. 뜻은 ‘하나님의 미션’, ‘하나님의 선교’입니다. 선교를 해외에 나가는 일로만 생각하면 좁아집니다. 가정과 일터, 교회와 관계의 자리에서도 사람은 보냄 받은 사람으로 살아갑니다. 여기서 제가 붙잡은 단어는 `To`보다 `From`입니다. 하나님을 향해 가겠다는 말은 많이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생각이 어디에서 왔는지, 이 일을 누가 시작하셨는지 묻는 일은 훨씬 불편합니다.

하나님의 일을 한다고 말하면서 제 성격대로 밀어붙일 수 있습니다. 기도한 뒤에도 이미 정한 답만 붙들 수 있고, 사명이라는 단어로 다른 사람을 재촉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출처를 묻는 일에는 분별이 필요합니다. 떠오른 생각 하나를 곧바로 하나님의 명령으로 만들자는 얘기가 아닙니다. 말씀 안에서 살피고, 함께 있는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그 일을 하는 동안 어떤 열매가 맺히는지도 보아야 합니다.

갈라디아서 5장에 나오는 성령의 열매는 사랑, 기쁨, 화평, 오래 참음, 자비, 양선, 충성, 온유, 절제입니다. 사역을 잘하고 일을 잘하는 능력이 쓸모없다는 뜻은 아닙니다. 잘하면 좋습니다. 당연히 잘해야 합니다. 그래도 일을 미친 듯이 잘하는데 인성이 너무 좋지 않다면 뭔가 이상합니다. 성령의 열매는 성과표보다 먼저 그 일을 하는 사람 안에서 보여야 합니.

기쁨도 같은 문제입니다. 제가 만난 한국의 몇몇 예배 공동체는 말씀을 진지하게 붙들었지만, 자꾸 자기 부족만 들여다보다가 전체 분위기가 무거워질 때가 있었습니다. 그런 자리에는 밝은 찬양이 더 필요했습니다. 반대로 제가 만난 A국의 청년들은 밝고 자유로운 찬양에 익숙했습니다. 그들에게 한국의 진지한 헌신 찬양을 번역해 불렀더니 아주 좋아했습니다. 한쪽에서 좋은 처방이 다른 쪽에서도 그대로 통하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사람을 보지 않고 제가 좋아하는 방식만 밀면, 사역은 금방 제 취향의 수출이 됩니다.

신학도 그렇습니다. 신학은 하나님과 성경을 보는 렌즈와 비슷합니다. 선교의 렌즈를 끼면 성경 전체에서 선교가 보입니다. 맞는 말입니다. 그러나 성경은 언약도 말하고 사랑도 말하고 말씀과 봉사와 능력도 말합니다. 렌즈 하나가 눈 전체를 차지하면 보이는 것이 많아지는 게 아니라 오히려 줄어들 수 있습니다. 미시오데이도 모든 것을 집어삼키는 구호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저는 엘리야와 엘리사의 이야기를 떠올렸습니다. 갈멜산의 불처럼 한 사람의 폭발적인 열심으로 드러난 사역과, 다음 사람을 세우며 이어지는 사역을 함께 보았습니다. 불이 내리는 장면은 강렬합니다. 사람을 세우는 일은 그보다 느리고 덜 화려해 보입니다. 그러나 하나님의 일은 한 사람의 절정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제가 떠난 뒤에도 누군가 자기 자리에서 하나님을 따라갈 수 있어야 합니다. A국에서 뒤늦게 배운 것도 그 사실이었습니다.

빗방울 리더십이라는 그림은 여기서 시작됐습니다. 빗방울은 스스로 하늘에서 만들어졌다고 말하지 않습니다. 위에서 떨어지고, 자기 자리에서 작은 파동을 만듭니다. 사람도 모두 같지 않습니다. 어떤 사람에게는 지금 행동이 필요하고, 어떤 사람에게는 성품이 더 다듬어질 시간이 필요합니. 행동하면서 사람이 빚어지기도 하고, 내면이 자라면서 새로운 일을 시작하기도 합니다. 무조건 반반으로 자를 수 없습니다. 하나님은 사람을 공장에서 찍어내듯 만들지 않으십니다.

리더는 빗방울을 만들어내는 사람이 아닙니다. 이미 떨어지고 있는 한 사람을 보고, 그 작은 파동이 어디로 번지는지 살피는 사람에 가깝습니. 여러 사람의 움직임이 만나면 비가 되고 공동체가 됩니다. 제가 모든 파동의 시작점이 되려고 하면 다른 사람의 움직임은 잡음처럼 들립니다. 반대로 하나님이 먼저 일하신다고 믿으면, 말이 정리되지 않은 한 사람의 고백도 그냥 지나치기 어려워집니다.

일을 보면 먼저 손이 나가고 직접 하면 빠르다는 생각이 들더라도, 시작하기 전에 출처와 열매를 살펴야 합니다. 이 일은 어디에서 왔습니. 내가 떠난 뒤에도 사람이 남습니까. 이 일을 하는 동안 사랑과 기쁨과 온유가 함께 자라고 있습니까. 답을 멋있게 만들기보다 하나님이 이미 시작하신 한 사람의 움직임을 놓치지 마십시오.

강의 요약

1. 성령의 열매는 사람의 성품에서 드러납니다

2. 사람과 공동체에 따라 필요한 돌봄이 다릅니다

3. 신학은 성경을 보는 렌즈입니다

4. 리더십은 제가 떠난 뒤를 준비하는 일입니다

5. 미시오데이는 하나님에게서 시작된 미션입니다

6. `To God`과 함께 `From God`을 살펴야 합니다

7. Being과 Doing은 함께 형성됩니다

8. 한 사람의 파동이 모여 공동체의 비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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