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비량 사역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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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자비량은 생존 전략이기 전에 사랑의 전략입니다

선교라고 하면 먼저 떠오르는 그림이 있습니다. 긴 시간 훈련을 받고, 후원자를 모으고, 한 단체의 이름으로 낯선 땅에 파송받는 모습입니다. 그 길은 지금도 귀하고 필요합니다. 다만 저는 앞으로의 선교가 그 한 가지 그림으로만 남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미 많은 사람이 교회 밖의 일터와 관계 속에서 하루 대부분을 보내고 있기 때문입니다.

앞으로는 삶의 자리에서 선교를 살아내는 사람이 더 많아질 것입니. 파송장이 없어도 한 사회 안에서 일하고, 세금을 내고, 이웃과 부딪치고, 자기 몫을 감당하며 복음을 보여 주는 사람들입니다. 저는 이것을 선교의 낮은 단계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복음이 사람들의 실제 생활 속으로 들어가는 길이라고 봅니다.

생활형 선교는 선교사라는 이름을 붙이는 데서 시작하지 않습니다. 그곳에서 실제로 살 수 있는 사람이 되는 데서 시작합니다. 일을 배우고, 약속을 지키고, 사람들의 언어와 형편을 이해하고, 시간이 지나도 믿을 만한 사람으로 남는 것입니다. 말로 복음을 설명하기 전에 삶으로 신뢰를 쌓는 일도 영적인 준비입니다.

직업을 가지면서 목회하거나 사역하는 길도 마찬가지입니다. 직업이 사역을 방해하느냐만 물을 필요는 없습니다. 그 일이 사람들의 현실을 더 깊이 알게 하고, 사역을 오래 감당할 힘을 주며, 돈 때문에 복음이 오해받지 않도록 도울 수 있는지도 물어야 합니다. 일과 경제를 무조건 세속적이라고 밀어내면, 정작 사람들이 매일 살아내는 현실과 멀어질 수 있습니다.

고린도전서 9장에서 바울은 복음을 전하는 일이 자랑거리가 아니라 자신에게 맡겨진 사명이라고 말합니다. 동시에 바울은 복음을 전하는 이가 생활의 지원을 받을 권리도 분명히 인정했습니. 곡식을 밟는 소에게 망을 씌우지 말라는 말씀까지 꺼내며, 사역자가 생활의 도움을 받는 일이 잘못이 아니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런데 바울은 그 권리를 언제나 끝까지 행사하지는 않았습니다. 그 권리를 다 쓰지 않은 이유는 그리스도의 복음에 아무 장애가 없게 하려는 것이었습니. 사례를 받는 사역은 낮고, 받지 않는 사역만 높다는 뜻이 아닙니다. 이 말씀의 핵심은 금액을 계산하는 일이 아니라, 자기 권리를 복음보다 앞세우지 않는 태도입니다.

교회 재정에 생계 전체가 달려 있으면 마음이 흔들릴 수 있습니다. 사람이 줄면 생활이 무너질까 두렵고, 헌금을 많이 할 사람을 다르게 보게 될 수도 있습니다. 큰 교회는 지금 숫자를 지켜야 한다는 압박을 받고, 작은 교회는 어떻게든 숫자를 늘려야 한다는 압박을 받습니다. 그러다 보면 하나님을 잘 섬기는가보다 몇 명이 모였는가가 성공의 척도가 되기 쉽습니다.

숫자는 필요한 정보입니다. 그러나 숫자가 곧 사역의 주인이 되면 이상해집니다. 건물도 필요하지만, 건물을 지키는 일이 하나님을 섬기는 일보다 커지면 수단이 목적이 됩니다. 사람이 많이 모였다고 반드시 잘한 것도 아니고, 적게 모였다고 반드시 실패한 것도 아닙니다. 저는 우리가 큰 숫자를 좋아하는 마음부터 솔직하게 돌아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자비량은 숫자의 눈치에서 벗어날 여지를 만들어 줍니. 교회가 몇 명이든, 사례가 얼마이든, 하나님이 맡기신 일을 해야 할 이유가 흐려지지 않도록 삶의 바닥을 준비하는 것입니다. 재정적으로 완전히 독립해야만 좋은 사역자가 된다는 말은 아닙니다. 다만 받을 권리까지 복음보다 앞세우지 않을 자유를 조금씩 넓혀 가자는 말입니다.

그래서 자비량을 말할 때 돈만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사람들에게 더 큰 가치를 줄 수 있는 실력을 길러야 합니다. 저는 강의에서 택배와 커피를 거칠게 비교했습니다. 어떤 직업을 낮추려는 뜻이 아니었습니다. 오늘 하루 몸을 써야만 오늘 하루의 돈이 생기는 구조에 오래 묶일 것인지, 아니면 경험이 쌓일수록 기술과 선택지가 함께 자라는 일을 준비할 것인지 묻고 싶었습니다.

당장 생계를 위해 무슨 일이든 해야 할 때가 있습니다. 그 노동을 부끄럽게 여길 이유는 없습니다. 그러나 오늘의 생계가 내일의 가능성을 모두 먹어 버리게 두지는 마십시오. 작은 공부라도 시작하고, 기술 하나라도 쌓고, 내가 잘할 수 있는 일을 계속 시험해 보십시오. 지금 조금씩 준비하면 삼 년 뒤에는 달라집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삼 년 뒤에도 거의 같은 자리일 가능성이 큽니다.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요? 저도 정답은 모릅니다. 잘해 보셔야 합니다. 조금 거칠게 들리지만 정말 그렇습니다. 누군가는 자격을 준비하고, 누군가는 장사를 배우고, 누군가는 기술을 익히고, 누군가는 이미 하는 일을 더 전문적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유행하는 부업 하나를 붙잡는 일이 아니라, 하나님이 주신 삶에서 오래 쓸 수 있는 능력을 발견하고 기르는 일입니다.

사역자는 이 말씀에서 빠져나갈 수 없습니다. 교회를 섬기면서도 사례와 규모에 마음이 붙잡히지 않도록 경계해야 합니다. 가능하다면 덜 받고 더 보태며, 돈 때문에 사랑을 줄이거나 생존 때문에 복음의 방향을 바꾸지 않는 본이 되어야 합니다.

자비량은 생존 전략이기 전에 사랑의 전략입니. 사랑하기 때문에 누군가에게 불필요한 짐이 되지 않으려 하고, 사랑하기 때문에 오래 섬길 힘을 준비하며, 사랑하기 때문에 복음이 돈과 숫자에 붙잡히지 않도록 자신을 훈련합니다. 후원을 받든 받지 않든 질문은 같습니다. 더 자유롭게, 더 깨끗하게, 더 오래 사랑하기 위해 무엇을 준비하고 있습니까.

강의 요약

1. 파송장 밖에서도 선교는 시작됩니다

2. 생활형 선교는 현장에서 실제로 사는 일입니다

3. 일과 신뢰도 영적인 준비가 됩니다

4. 바울은 사역자의 생활 지원을 권리로 인정했습니다

5. 권리를 내려놓는 목적은 복음의 자유입니다

6. 숫자는 정보이지 사역의 주인이 아닙니다

7. 건물과 규모가 목적이 되지 않도록 경계해야 합니다

8. 자비량은 숫자의 눈치에서 벗어날 여지를 줍니다

9. 시간이 지날수록 자라는 실력을 준비해야 합니다

10. 오늘의 생계가 내일의 가능성을 삼키게 두지 마십시오

11. 작은 준비가 삼 년 뒤의 삶을 바꿉니다

12. 자비량은 더 오래 사랑하기 위한 자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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