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와 파라처치
에세이
앞에 서는 능력만큼 멈출 줄 아는 절제
저는 선교단체 사역을 아주 좋아했습니다. A국에서는 현지 청년들에게 맞는 단체를 직접 세워 보기도 했습니다. 한국에서 하던 프로그램을 그대로 옮기기보다 그곳의 문화와 사람에게 맞는 방식을 찾았고, 미국 선교단체의 역사와 운영 방식도 많이 공부했습니다. 지금도 파라처치를 귀하게 생각합니다.
그런 배경에서 ‘리더십을 제한해야 한다’, ‘은사를 절제해야 한다’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때 솔직히 이해가 안 됐습니다. 리더십이 백만큼 있는데 왜 오십만 쓰라는 것인가 싶었습니다. 능력이 있으면 더 맡기고, 잘하면 더 앞에 세워야 결과가 나오는 것 아닌가 생각했습니다. 저는 확장과 성과가 눈에 보이는 환경에 오래 익숙해져 있었습니다.
지역 교회에서 사람들을 섬기며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교회는 프로젝트를 끝내는 조직이 아니었습니다. 어린아이부터 노인까지, 빠른 사람과 느린 사람을 품고 오랜 시간을 함께 걷습니다. 교회는 그리스도의 몸이고 목양의 공동체입니다.고린도전서 12:27너희는 그리스도의 몸이요 지체의 각 부분이라 선교단체가 특정 사명을 위해 움직이는 귀한 기능 조직이라면, 교회는 사람의 삶 전체를 품고 예배하며 돌보는 공동체입니다.
파라처치는 교회 곁에서 교회를 도울 때 가장 건강합니다. 선교와 훈련, 캠퍼스 사역처럼 분명한 목적을 향해 빠르게 움직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 장점을 가지고 교회를 판단하거나 교회의 자리를 대신하려 하면 역할이 뒤섞입니다. 반대로 교회가 특정 기능 하나에만 매달려 선교단체처럼 움직여도 목양의 넓이를 잃을 수 있습니다.
교회의 속도는 답답해 보일 때가 있습니다. 은사가 보이는데도 바로 세우지 않고, 좋은 제안인데도 여러 사람과 상의하며 천천히 갑니다. 하지만 어떤 느림은 보호입니다.디모데전서 3:6새로 입교한 자도 말지니 교만하여져서 마귀를 정죄하는 그 정죄에 빠질까 함이라 성품과 신뢰를 살피고, 한 사람의 능력 때문에 몸 전체가 흔들리지 않게 기다리는 것입니다. 교회는 잘하는 한 사람을 빨리 쓰는 곳이기 전에, 여러 지체가 함께 자라는 곳입니다.
A국에서 한 외국인 사역자가 지역 교회 예배에 참석하면서 계속 밖을 드나들고 자기 일을 했던 적이 있습니다. 그 교회의 목회자는 그 사역을 무시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교회 예배와 권위를 존중할 수 없다면 나가 달라고 분명히 말했습니다. 단체에서 아무리 귀한 일을 해도 교회 안에 들어오면 그 교회의 예배와 목양을 존중해야 한다는 뜻이었습니다.
자료와 프로그램도 같은 원리로 다뤄야 합니다. 다른 곳에서 큰 열매를 낸 훈련이라도 그대로 가져오면 안 됩니다. 목회자와 상의하고, 그 교회의 언어와 사람과 속도에 맞게 다시 녹여야 합니다. 좋은 재료라도 공동체의 맥락을 무시하면 교회 안에 또 하나의 문화와 또 하나의 리더십을 만들 수 있습니다.
저도 다른 교회에서 말씀을 전하다가 이 사실을 몸으로 배웠습니다. 선교단체에서 반응이 좋았던 내용을 준비해 갔는데, 막상 전하려니 너무 뻑뻑했습니다. 말은 나오는데 마음이 따라오지 않았습니다. 이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 준비한 내용을 빨리 접고, 제가 하나님을 따라가려 했던 간증을 나누었습니다. 그제야 말이 살아났고, 그 교회의 목회자도 기쁘게 받아 주었습니다.
나중에 보니 그 교회 안에는 단체 활동을 앞세우는 사람들과 기존 성도들 사이에 이미 긴장이 있었습니다. 누군가는 계속 단체의 사역을 교회 안으로 끌고 오려 했고, 목회자는 교회의 목양을 따라 주기를 바랐습니다. 좋은 열정이었지만 중심이 둘이 되자 사람들이 갈라졌습니다. 사역의 이름이 아무리 좋아도 몸을 나누면 다시 살펴야 합니다.
은사도 그렇습니다. 그러나 은사는 나를 증명하기 위해 주어진 것이 아니라 교회를 세우기 위해 주어진 것입니다.고린도전서 14:12교회의 덕을 세우기 위하여 그것이 풍성하기를 구하라 교회는 은사가 큰 순서대로 자리를 나누는 곳이 아닙니다. 오히려 은사가 많을수록 더 절제하고 겸손해야 합니다. 영향력이 크다는 것은 앞에 설 권리보다 몸에 미칠 책임이 더 크다는 뜻입니다.
고린도교회에는 은사가 많았지만 비교와 경쟁도 많았습니다. 바울은 은사를 부정하지 않았지만, 모든 것이 품위 있고 질서 있게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했습니다.고린도전서 14:40모든 것을 품위 있게 하고 질서 있게 하라 능력이 있어도 질서 안에서 사용할 줄 알아야 하고, 말할 수 있어도 때로는 멈출 줄 알아야 합니다. 그 절제가 은사를 작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오래 유익하게 만듭니다.
교회 리더십을 존중하는 태도도 여기서 나옵니다. 지도자가 완벽해서 존중하는 것이 아닙니다. 가까이 섬기면 약점도 보이고 답답한 결정도 만납니다. 그럴 때 비판하고 깎아내리는 일을 쉽게 시작하면 목양의 신뢰가 무너집니다. 맡은 자리에서 질문하고 상의하되, 교회가 한 몸으로 움직일 수 있도록 질서를 함께 지켜야 합니다.
건강한 선교단체라면 사람을 자기 단체에 붙잡아 두지 않고 지역 교회를 사랑하도록 가르칠 것입니다. 주일에는 교회의 예배를 존중하고, 목회자의 인도 아래 섬기며, 단체에서 받은 은사와 훈련으로 교회를 돕게 해야 합니다. 그렇게 할 때 교회도 단체를 경계만 하지 않고 더 기쁘게 협력할 수 있습니다.
은사와 리더십, 선교단체의 빠른 움직임은 귀합니다. 그러나 그 힘이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 먼저 물어야 합니다. 모든 은사와 리더십은 그리스도의 몸을 세우는 방향으로 사용되어야 합니다.에베소서 4:12성도를 온전하게 하여 봉사의 일을 하게 하며 그리스도의 몸을 세우려 하심이라 앞에 서는 능력만큼 멈출 줄 아는 절제, 많이 아는 만큼 낮아질 줄 아는 겸손이 함께 있을 때 교회와 파라처치가 서로를 건강하게 섬길 수 있습니다.
강의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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