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사역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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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그 사람이 들을 수 있도록 준비합니다

공부를 시작할 때 스스로에게 묻게 됩니다. 학위를 하나 더 받으면 영성이 더 좋아질까요.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하나님과의 관계는 졸업장으로 깊어지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저는 공부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제가 앞으로 만날 사람들 가운데는 학위와 전문성을 보고 나서야 말할 기회를 주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A국 교회를 섬길 때는 신뢰가 생기는 방식이 달랐습니다. 성령의 역사가 실제로 나타나는지, 말씀에 생명이 있는지가 훨씬 크게 들렸습니다. 한국과 미국의 도시에서는 지적인 준비와 사회적 경력을 먼저 보는 사람이 많습니다. 어느 쪽이 더 낫다고 잘라 말할 수 없습니다. 사람마다 익숙한 언어와 신뢰하는 표지가 다릅니다. 그 차이를 비판하지 말고 그 사람에게 닿을 길을 찾아야 합니다.

바울은 더 많은 사람을 얻기 위해 여러 사람에게 여러 모습이 되었다고 고백합니다. 유대인에게는 유대인처럼, 율법 없는 사람에게는 그들처럼, 약한 사람에게는 약한 사람처럼 다가갔습니다. 복음을 사람 입맛에 맞게 바꾼 것이 아닙니다. 자신에게 있던 자유를 사람을 섬기는 데 썼습니다. 말하고 싶은 방식만 고집하지 않고, 상대가 알아들을 수 있는 자리까지 내려갔습니다.

결혼식의 본뜻은 함께 축하하는 데 있습니다. 그렇다고 본질만 중요하다며 아무렇게나 입고 가면 마음을 전하기도 전에 문 앞에서부터 어색해집니다. 비즈니스 미팅에 좋은 제안을 들고 가면서 슬리퍼를 끌고 들어가면, 제안서를 펴기도 전에 신뢰를 잃을 수 있습니다. 옷이 실력을 만들지는 않지만, 때로는 그 실력을 들려줄 문을 엽니다. 들어가야 만날 수 있고, 만나야 말할 수 있습니다.

저는 형식적인 것을 좋아하는 편이 아닙니다. 학위가 없다는 이유로 말을 듣지 않는 사람을 보면 답답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런 사람은 틀렸다’고 밀어내면 그 사람을 섬길 기회도 함께 밀어내게 됩니다. 로마서 14장은 믿음이 연약한 사람을 받아들이고 비판하지 말라고 합니다. 상대에게 먼저 바뀌라고 요구하기 전에, “저 사람이 들을 수 있도록 내가 어떤 옷을 입어야 할까?”를 묻습니.

학위와 자격증, 직장 경험과 전문성은 그런 옷이 될 수 있습니다. 일터에서 성실하게 일하며 얻는 신뢰도 마찬가지입니다. 비신자는 교회 안에서 제가 어떤 직분을 맡았는지보다 함께 일할 때 책임을 다하는지를 먼저 봅니다. 그 신뢰가 쌓여야 신앙 이야기도 들을 마음이 생깁니다. 일하고 공부하고 실력을 갖추는 시간이 누군가에게 다가가는 준비가 될 수 있습니다.

준비의 동기는 자주 흔들립니다. 무시당한 기억 때문에 이를 악물고 공부할 수도 있고, 이름 앞에 붙는 말을 늘려 자신을 증명하려 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게 얻은 것은 사람을 섬기는 도구가 아니라 제 상처를 가리는 갑옷이 되기 쉽습니다. 그러나 더 많은 사람에게 닿고 싶어서, 그 사람이 들을 수 있는 조건을 마련해주고 싶어서 준비한다면, 그 준비는 사랑이 됩니. 같은 학위라도 무엇 때문에 붙들었는지에 따라 쓰임이 달라집니다.

박사 과정을 시작하기 전과 마친 뒤에 제가 전할 복음이 완전히 다른 것은 아닐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제게 오래 맡기신 메시지는 비슷할 가능성이 큽니다. 공부하는 동안 생각이 넓어지고 말은 더 정확해질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이전에는 듣지 않던 사람이 한번 들어볼 수 있습니다. 그 한 번의 기회를 위해 책을 읽고 글을 쓰고 낯선 방법을 배우는 수고도 감당해야 합니다.

모든 사역자가 같은 학위를 가져야 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어떤 현장에서는 학위보다 현지 언어와 오랜 관계가 필요하고, 다른 현장에서는 기술과 사업 경험이 다리가 됩니다. 영성과 지성 가운데 하나만 고르는 문제도 아닙니다. 제가 보내진 곳의 사람들을 살피고 그들이 이해할 수 있는 옷을 준비해야 합니다. 사랑은 상대를 제 방식에 맞추기보다 제가 먼저 한 걸음 움직이게 합니다.

이 준비에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익숙하지 않은 옷을 입어야 하고, 오랜 시간 공부해도 당장 열매가 보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래도 사람을 정죄하며 기다리기보다 먼저 갖추는 편을 택해야 합니다. 분노로 아무도 흠잡지 못하게 만들겠다는 마음이 아니라, 선한 말을 전할 기회를 허투루 잃지 않도록 자기 몫을 다하는 것입니다.

사랑이 빠지면 준비는 오래가지 못합니다. 인정이 충분하지 않으면 금방 지치고, 남보다 앞서야 마음이 놓입니다. 사랑으로 시작하면 질문이 달라집니다. 얼마나 대단해 보일지가 아니라 누구에게 닿을 수 있을지를 묻게 됩니다. 공부든 일이든 전문 분야의 훈련이든, 사람을 살리고 세우는 데 쓰여야 합니다. 더 많은 사람을 얻기 위해 필요한 옷을 기꺼이 입는 것, 그것이 사랑으로 준비되는 사역자의 모습입니다.

강의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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